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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자~떠나자 고래 만나러

울산고래축제2009-04-04조회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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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떠나자 고래 만나러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울산 앞바다로 돌아온 고래 떼

귀신고래 발견 현상금에 도전해볼까

 

이병학 기자

미국의 동물학자이자 탐험가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 스필버그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모델로 알려진 인물이다. 1912년 그가 동해안 포경업의 전진기지 울산 장생포항에 도착한다. 1년간 울산에 머물며 귀신고래를 연구하고 돌아간다. 1914년 발표한 논문 ‘태평양 고래’에서 그는 동해안 귀신고래를 ‘한국계 귀신고래’라 명명한다.

지난달 25일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 3층 귀신고래관. 귀신고래 소리 체험관에 들어서자 소 울음소리를 닮은 귀신고래 소리가 신음처럼 울려나온다. 좌우 화면으론 따개비들을 잔뜩 붙인 귀신고래가 물속을 유영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한국계 귀신고래는 한국에서 사라졌다. 전시관에 영상과 소리, 사진, 머리 골격 모형, 그리고 낡은 앤드루스의 논문으로 남았다.

 

현상금 붙은 귀신고래

1974년 국제해양포유류학회는 한국계 귀신고래가 멸종했음을 알린다. 남획의 결과다. 1981년 월간지 <마당>은 귀신고래를 찾는 데 현상금 100만원을 걸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04년 울산 고래연구소를 설립한 뒤 한반도 연안 귀신고래 발견에 500만원을 내걸었고, 지난해엔 최고 1천만원까지 올렸다. 현상금은 아직 주인을 못 찾았다. 학계에선 곧 현상금 주인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사라졌던 한국계 귀신고래는 1993년 사할린 해역에 귀신처럼 다시 나타났다. 그뒤 연간 3%의 증가율로 늘어나 최근 130여마리가 사할린 해역에서 확인됐다. 귀신고래는 오호츠크해에서 동해안을 따라 회유하는 한국계 귀신고래와 북미 연안을 회유하는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로 나뉜다.

 

동해안 고래 개체수 부쩍 새 관광자원으로

개체수가 2만마리 이상인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는 친환경 관광자원이 된 지 오래다. 한반도 연안에 귀신고래는 돌아오지 않았으나 다른 고래들의 개체수는 부쩍 늘고 있다. 동·남해안에서 수십 수백 마리씩 떼지어 헤엄치는 돌고래류와 밍크고래들이 목격되고 있다. 한국~일본을 오가는 배들이 고래와 충돌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도 하다. 1986년 포경 금지 이후 개체수가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고래 목격 사례가 급증하면서 울산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들의 고래 테마 관광산업 추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4월부터 고래 관광선 뜬다

다양한 고래 그림이 새겨진 선사시대 암각화와, 동해안 포경업의 전진기지였던 장생포항 등을 갖춘 울산은 고래 테마 관광산업 추진의 최적지로 꼽힌다. 95년부터 해마다 고래축제를 열어 온 울산시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3천여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시를 고래 테마 관광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고래문화마을·고래생태학습장·고래체험장·고래생태연구센터를 건설한다. 당장 4월부터는 관경선(고래 관람 유람선)을 띄운다. 10톤급 어선 3척을 투입해 8월까지 주 2회씩 관경선을 운항하게 된다.

 

고래 만날 확률은?

배를 타고 나가도 고래를 만날 확률은 낮은 편이다. 지난달 25일 장생포항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고래와의 조우를 기대했으나, 기상 악화로 돌아와야 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2007년 3월~2008년 12월 51일간의 탐사에서 고래를 만난 날은 19일(37%)뿐이었다. 그러나 4~8월만 보면 13일간의 탐사에서 9일(69%)이나 고래를 만났다. 울산시는 봄~여름이 적기라고 보고 운항 기간을 정했다. 고래연구소 김장근 소장은 “각국 고래 관광지의 경우 관찰 확률은 높지 않아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곁들인 관경선을 운항하고 있다”며 “정자·감포 앞바다는 고래를 만날 확률이 매우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울산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래 문화 인프라를 갖춘 도시로 평가한 그는 “고래 테마 관광도시가 되려면 관경선 운항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어떤 고래를 만날까?

오랜 기간 남획이 진행된 탓에 국내 연안에서 참고래(6~23m)와 같은 대형 고래를 만날 확률은 매우 적다. 최근 개체수가 급증한 것은 소형인 참돌고래·상괭이 등 돌고래류(1~4m)와 밍크고래(2~8m)들이다. 운 좋으면 수백 마리씩 떼지어 수면으로 솟구쳐오르는 돌고래 무리를 관찰할 수 있다.

관경선 출항을 기다리는 지금이나, 송창식이 고래 잡으러 가자고 외칠 때나, 동해바다 고래는 우리 꿈과 희망의 상징이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솟구치고 숨구멍으로 거친 숨을 내뿜는 귀신고래, 수백 수천 마리의 고래 떼를 만날 날도 멀지 않았다.

 

⊙ 고래간단사전

수염고래류와 이빨고래류로 분류하지만, 통상 통틀어 몸길이가 4m 이상이면 고래류, 이하면 돌고래류로 나눈다. 길이 33m, 몸무게 190톤에 이르는 대왕고래(지구상의 가장 큰 동물)부터 몸길이 1m 안팎의 쇠돌고래까지 전세계 바다에 80여종의 고래가 산다. 우리 바다엔 대형 8종, 중형 13종, 돌고래류 13종 등 34종이 분포한다. 우리 바다에서 대왕고래는 1940년대 이후, 귀신고래는 70년대 이후 관찰되지 않고 있다. 80년대 이전까지 흔했던 참고래도 개체수가 급감했다.

자료: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울산=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사진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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