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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내 유일 고래특구 울산은 지금 축제중

관리자2016-06-20조회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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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2016.05.27 14:32

수정 2016.05.27 14:36                                                         

“와∼.선생님. 저 사람 좀 보세요. 하늘을 날아다녀요.”26일 오후 울산시 남구 장생포항 앞바다. 장생포고래문화특구에 속해 있는 이곳에서 플라이보드(강한 물줄기로 보드를 타고 수중 위를 날아다니는 레저)를 신기한 눈으로 지켜보던 아이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플레이보드 선수들이 공중에서 몸을 360도 거꾸로 뒤집거나 물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공중으로 솟구치는 묘기를 펼칠 때마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소리를 질렀다.  이 수상 퍼포먼스는 올해 울산고래축제의 개막식을 알리는 첫 무대였다. 고래잡이 출정 의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다. 1950~70년대 고래잡이로 성행하던 당시 장생포항 앞바다에 띄운 표적을 잘 맞추는 포수(작살을 던져 고래를 사냥하던 선원)를 제일 우선적으로 데려간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내용은 이번 축제에 처음 포함됐다.아이들을 인솔한 어린이집 교사 고지아(25·여)씨는 “우리 고장 울산의 상징인 고래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고래축제 현장을 찾았다"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울산 장생포가 2008년 국내 유일의 고래관광특구로 지정된 이래로 이제 장생포는 명실상부한 '고래 관광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고래특구의 중심에는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울산고래축제가 있다. 울산 남구청이 주최하고 고래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 축제는 장생포의 상징인 고래와 관련된 각종 콘텐트를 기반으로 1995년 처음 시작됐다.올해 축제 주제는 ‘우리함께(We Together)’다. 이름에 걸맞게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공연이 지난해보다 많이 늘었다고 고래문화재단 측은 설명했다. 축제장은 ▶사랑고래마당▶고래광장▶돌고래마당▶장생포 고래밥▶글로벌 장생포▶장생포 옛마을▶추억놀이 장생포 등 모두 7개 마당으로 구성됐다.13개월 된 딸을 각각 데리고 행사장을 찾은 김동숙(32·여)씨와 추선화(32·여)씨는 “고래축제는 처음 구경하러 왔다. 고래와 관련한 볼거리가 많아서 아이들에게 고래를 쉽게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잘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장생포의 고래 문화를 이끄는 것은 고래축제만이 아니다. 장생포는 1899년 러시아와 포경기지 설치 계약을 체결한 뒤 러시아 포경회사가 잡은 고래를 이곳에서 해체하기 시작하면서 포경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하루에 많을 때는 5~6마리 고래를 잡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고래를 해체할 때면 코흘리개 꼬마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인까지 몰려들어 지켜볼 정도로 마을 주민들의 큰 구경거리였다. 울산 동구에 사는 장익생(74)씨는 “내가 젊었을 적만 하더라도 장생포는 고래로 명성을 떨쳤다. 그때는 고래고기를 먹으러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자주 찾아왔다”고 회고했다.하지만 국제포경위원회(IWC)가 1986년 상업포경을 금지하면서 장생포에 큰 변화가 몰아닥쳤다. 고래가 포구에서 사라지자 자연스레 포경선도 자취를 감춘 것이다. 결국 포수·해체장 등 고래잡이 선원들의 수도 많이 줄었다. 그러면서 장생포 인구수도 전성기 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2005년 고래박물관 개관을 시작으로 장생포는 다시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2008년 장생포 일대 164만㎡가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됐다. 2009년에는 돌고래 공연을 볼 수 있는 고래생태체험관이 개관했다. 야생 고래를 볼 수 있는 크루즈선인 고래바다여행선도 도입됐다.지난해에는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이 문을 열면서 명실상부한 고래 문화 1번지로 발돋움했다. 고래문화마을은 1970년대 번창했던 장생포의 옛 모습을 재현한 세트장이다. 마을 입구에는 한국계 회색고래인 ‘귀신고래’의 모형이 있다.고래문화마을은 고래 해체장과 고래기름을 짜는 착유장 등 23채의 건물로 꾸며져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2005년 23만명이던 연간 관광객은 부단한 유치 노력 덕분에 지난해에는 90만명으로 급증했다. 장생포가 한국 고래 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장생포 주민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고래 문화의 진정한 부흥기를 꿈꾸고 있다. 울산 남구청은 장생포에 높이 150m의 세계 최대 고래등대를 지어 랜드마크로 만들 계획이다. 이어 이색적인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고래생태체험관과 고래문화마을을 오가는 1.3㎞ 구간에 모노레일 설치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설들이 완성되면 지역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이순우 고래문화재단 팀장은 “장생포에는 전국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다양한 고래 인프라가 마련돼 있다”며 “아이들에게는 고래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고래에 대한 낭만과 향수를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채만한 고래고기 손님상까지 어떻게?고기잡이 어선이 친 그물에 밍크고래 한 마리가 걸렸다면 어떻게 처리될까.  해양경비안전서는 고래의 불법 포획 여부를 확인한 다음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고래 유통증명서를 발급해준다. 이 증명서가 없다면 불법이다. 합법적인 고래는 수협 위판장으로 옮겨진다. 이곳에서는 고래를 싸게 구입하려는 상인들 간에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전국에서 유통되는 고래고기의 90% 이상이 밍크고래다. 길이 5m, 무게 1t짜리가 최소 3000만원 선에서 낙찰된다. 고래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1억원이 넘기도 한다. 고래가 '바다의 로또'라고 불리는 이유다. 낙찰이 끝난 고래는 곧바로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성인 남성 6명이 1마리를 해체하는 데만 꼬박 3시간이 넘게 걸린다. 해체가 끝난 고래는 영하 40도의 냉동고로 옮긴다. 고래고기는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오래 보관해도 신선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래는 뼈를 제외한 껍질·혀·내장·꼬리(오배기)·뱃살(우네)·생고기(막찍기) 등으로 구분해 손님상에 오른다. 고래고기는 부위별로 12가지 맛이 난다고 한다. 쫄깃쫄깃한 식감에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여러 부위  중에서 가슴살을 최고로 친다. 각 부위마다 젓국·소금·초고추장·고추냉이·간장 등 잘 어울리는 소스도 여러 가지다. 때문에 다양한 고래고기 맛을 즐길 수 있다.

 

울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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