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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튜디오131] 기획전시 <사라진 것들의 무게>

  • 작성자 창**
  • 작성일 2026-05-09
  • 조회수 17
  • 분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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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의 무게》The Weight of What Remains

 

장면들은 흘러가고, 우리는 그 흐름 속에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선형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선명하다고 믿어온 세계는 무수한 탈락과 축적의 결과 위에 놓여 있다. 매끄럽게 조율된 서사와 정돈된 이미지는 하나의 질서처럼 작동하지만, 그 질서는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가려내고 밀어낸다. 데이터가 세계를 조직하고 알고리즘이 기억을 대체하는 지금, 이 배제의 과정은 감지되지 않을 만큼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그 가속된 흐름 속에서 이미지는 끊임없이 덮어 쓰이고, 기억은 축적되기보다 대체된다. 그렇게 질서의 표면에서 미끄러져 묶이지 못한 것들은 아래로 밀려나 쌓인다. 보이지 않게,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채. 

 

전시 《사라진 것들의 무게》는 그 질서 아래 남겨진 것들을 따라간다. 옥세영과 김제원은 매체의 궤적과 장소의 지층이라는 각기 다른 경로를 통해, 배제되었던 잔여를 다시 표면 위로 끌어올린다.

 

먼저 옥세영은 매체 기원의 역추적을 통해 이미지와 데이터가 생성되는 물질적 조건에 주목한다.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활동사진을 소환한 그림자의 방>은 아크릴 박스의 투명한 층위와 필름 레이어를 스톱모션의 리듬으로 엮어내며, 스크린의 휘발적인 시간성을 물리적 실체로 환원한다. 프레임의 가장자리를 반복하는 동물의 보행과 그 경계를 가로지르는 새의 궤적은, 매체가 포획한 환영과 그 바깥의 실재를 동시에 드러낸다. 그림자의 방> 연작에서 나타나는 비정형적 균열은 디지털의 매끄러움 속에 은폐된 데이터의 결함을 가시화하며, 우리가 신뢰해 온 선명함이 기술적 장치에 의존한 구성물임을 환기한다.

 

반면 김제원은 특정 장소에 퇴적된 역사의 지층을 파고들며, 공식 서사에서 누락된 시간을 현재로 소환한다. 작품 미마리: 실을 잇는 사람들>은 1970년대 대구 섬유 공단의 여성 노동자들과 오늘날 그 자리를 대체한 이주 노동자들의 시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중첩시킨다. 매끄럽게 정리된 기록이 삭제해버린 반복적 제스처는 3D 펜을 통해 한 겹씩 쌓여가는 누에고치의 형태로 물질화된다. 전시장에 부유하는 고치들은 기록되지 못한 삶이 현재로 귀환하며 남긴 수행적 흔적이자,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의 잔류물로 머문다. 악취를 향으로 치환하고 미싱 소리를 누에의 소리와 병치하는 감각적 번역은, 표면 아래 침잠해 있던 노동의 기척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다시 길어 올린다.

 

두 작가는 고착된 완결성을 거부하고 생성 중인 상태를 드러냄으로써, 서로 다른 시간의 잔류물들을 다룬다. 이들의 작업은 사라진 것을 재현하기보다, 수행적 물질화를 통해 그것들이 여전히 현재에 잔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데이터와 기억이 물질적 실체로 전환되는 순간, 그 과정에서 노출되는 불균질한 흔적들은 매끄러운 표면 아래 감춰져 있던 형성의 층위를 다시 감각 위에 놓는다. 여기서 무게는 은유가 아니라 조건이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물질적 신체를 얻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지워질 수 없는 존재의 밀도로 공간 안에 머문다. 《사라진 것들의 무게》는 매끄러운 질서가 필연적으로 남기는 어긋남의 자리에서, 사라진 것들이 자신만의 무게로 다시 감각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한다. 

 

 

 

· 전시장소: 창작스튜디오131

· 전시기간: 2026.05.10. ~ 2026.06.27. *월요일 휴관  

· 전시시간: 10: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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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시간

  • 일몰시간

    17:10

  • 일출시간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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