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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사이에 핀 그림자>

도시에서 우리의 삶은 얇은 벽과 경계로 이어져 있습니다. 가볍게 스쳐 들리는 발걸음, 말소리, 기척은 때로는 불편한 침범처럼 느껴지지만 그 너머에는 또 다른 사람의 하루가 숨어 있습니다. 이 미세한 겹쳐지는 관계의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감각하고 이해하며 조심스레 배려하는 작은 지혜를 배워갑니다.


이번 전시 <사이에 핀 그림자>는 그러한 얇은 경계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그림자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올해 입주하게 된 울산 레지던시 주변의 건물들을 모티프로 미니어처를 제작하고 그 위로 빛을 비추며 드러나는 그림자들을 관찰했습니다. 그림자들은 옆의 다면체 위에 올라타기도 하고 비어 있는 내부로 스며들기도 하며 열린 공간에서 자리를 옮겨 다니며 새로운 면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서로의 경계에 기대고 스며들며 존재하는 도시적 관계의 은유이기도 합니다.


특히 울산이라는 산업도시에서 이러한 얇은 경계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곳은 일을 찾아 모여든 이주민, 매일 다른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타지역인, 그리고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입니다. 각자의 언어와 습관 일터의 리듬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채 조금씩 섞이며 흘러  장생포의 공간 위에 만들어낸 층위를 관찰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미니어처 사이를 유영하는 그림자들과 닮아 있으며 서로의 경계가 미세하게 흔들리며 만들어낸 공동의 풍경입니다.


이번 전시는 저를 포함한 울산과 장생포에 정착한 이들의 삶이 서로의 틈과 여백에서 만들어내는 다층적 풍경을 그림자라는 은유를 통해 비춰봅니다. 이러한 그림자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도시라는 공유된 공간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다시 바라보고 우리가 마주한 얇은 경계가 새로운 관계의 면을 틔울 수 있음을 새롭게 감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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